[단문] 비 오는 날


치마를 입게 된것은 대학생이 되고난뒤이다. 내가 즐겨입는 치마의 종류는 롱치마.
그 치마를 입고 있으면 바지를 입고 있는것처럼 편하고 치마를 입었을때같은 신경의 거슬림같은 것이 없어서 좋다.
바지만 입던 생활에서 벗어나 치마를 자주 입게되다보니 치마가 익숙해져 바지가 도히려 불편해졌다.
집에 있을때에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선호하는 사람이 되었다. 바로 어제의 일이다. 치마가 긴탓인지 무의식적으로 치마를 확 올려 앉는 나를 스스로가 알아챘을때 난 속으로 당황스러웠다. 확 올리는 수준이 미니스커트 수준. 하얀 허벅지가 단숨에 보이는데.. 이러면 미니스커트 입는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민망해졌다.
비가 온다. 그리고 무더워지고 또 다시 비가 온다. 그리고 다시 무더워진다. 반복의 연속. 말리지 않는 머리칼은 물에 젖어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찜찜한 기분에 샤워를 하기위해 달려간다. 비가 오려면 비가 오고, 무더우려면 무더워라. 이 연속이 슬슬 짜증날 무렵_장마가 시작되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때리고, 모기장을 뚫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하늘에서는 천둥번개가 치고 밖에는 점점 사람들이 줄어 어느새 조용한 느낌만이 남았다. 점점 어두어지고 살며시 가로등이 켜지고 그 주황빛 아래 보이는 고인 물 속에 내가 보인다. 기다리는 사람은 갈수록 시간을 늦추며 나를 방문한다. 하늘은 파랗기만 하다. 어둠이 덧칠되어도 파랗기만하다. 어렸을때는 아무생각없이 단지 밤하늘은 검을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어린시절에 우연히 접한 책속에서 밤하늘은 파란색이다_라는 글을 읽고 스스로 얼마나 그 문구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가. 늦은 저녁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막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이었다. 비는 굵지않고, 예전의 상황을 보아하니 오래동안 내릴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비를 맞고 가기로 결심했다. 우산을 접고 가방안에 집어넣었다. 아무리 결심했더라도 비를 맞으며 우산을 당당히 들고 다니기에는 부끄럼이 앞섰다. 하루를 마감하는 느낌. 집에 가면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곤히 잠들 수 있겠지, 수박을 먹고, 고구마를 먹고,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다가 선풍기 바람을 느끼며 잠에 빠져버리면.. 조용히 비가 내리고 주황빛 가로등 아래에서 물빛처럼 빛나다 꽃잎 위로 떨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그대를 꿈속에서 볼 수 있겠지. 그리고 치마는 축축히 젓어들어 물빛을 띄겠지...

by 아이에스 | 2007/08/15 17:49 | 나만의 s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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